동승자가 운전자인 척해 줬다면, 나도 처벌받나요?
2,595자2026-08-04 09:03상태: 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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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승자가 운전자인 척해 줬다면, 나도 처벌받나요?
본문 (2,595자)
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민사전문, 형사전문 법무법인 저스트 신민호 변호사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97퍼센트. 이 수치 하나로 끝났을 사건이 전원합의체까지 올라갔습니다. 사고 직후 자리를 바꿔 앉은 몇 분이 사건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 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그다음 몇 분이었습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친구를 태우고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동승한 친구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해주겠다"는 말이었습니다. 피고인은 이에 동의하고 차량 뒷좌석으로 옮겨 앉았고, 친구가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두 사람은 친구가 운전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었습니다.
그 뒤 피고인은 보험회사에 전화해 친구가 운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는 친구가 "내가 운전했다"고 말하며 음주측정에 응했습니다.
실제 운전자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사고 경위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이 두 사람을 추궁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였습니다.
## 스스로 도피하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데, 왜 방조는 처벌되는가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자를 처벌합니다. 그런데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이 조항의 범인도피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자기 방어의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오래된 법리가 등장합니다. 대법원은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에서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도록 하는 행위는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2008. 11. 13. 선고 2008도7647 판결에서는 같은 법리가 방조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그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였습니다. 결론은 유지였습니다.
## 다수의견이 든 이유와 반대의견
다수의견의 논거는 이렇습니다.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수사와 재판,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 작용을 곤란하게 하는 때에 성립하며, 행위 방법에 제한이 없고 결과가 현실적으로 초래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위험범입니다. 범인 아닌 사람이 수사기관에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해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한 행위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은 자신 대신 형사처벌을 받을 허위 범인을 수사기관에 내세우는 행위를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라고 부르며, 통상적인 도피행위와 구분했습니다. 허위 범인으로 말미암아 진범의 존재가 감추어지고 수사 방향 자체가 왜곡된다는 점에서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가담 형태를 교사와 방조로 나누어 방조만 빼 주면 어떻게 되는지도 짚었습니다. 범인과 타인 사이에 내밀하게 이루어진 의사형성 과정을 사후에 재구성하기는 어렵고, 관련자들의 진술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교사한 경우에도 방조로 가장해 처벌을 피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다섯 분의 대법관은 범인이 범인도피죄 본범의 행위에 편승해 이를 돕는 것 역시 본질적으로 자기도피행위의 연장선에 있으므로 처벌할 수 없고, 현재의 판례 법리는 변경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이 사건의 결론과 실무에서 갈리는 지점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방조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여러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이 유형에서 공통된 흐름을 봅니다. 사고 직후 몇 분 사이의 판단이 음주운전 사건 하나를 두 개의 사건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뒤에 붙는 사건이 더 무거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한과 금지 행동부터 정리하겠습니다.
- 사고 직후 자리를 바꾸거나 운전자를 다르게 말하는 순간, 별개의 범죄가 시작됩니다.
- 이미 그렇게 진술했다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바로잡는 시점이 빠를수록 양형에서 달리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 동승자에게 진술을 맞추자고 연락하는 행위는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선택지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방향과, 인정하되 경위와 참작 사유를 세우는 방향이 있습니다. 두 방향은 준비하는 자료가 완전히 다르므로 초기에 정해야 합니다.
준비하실 자료는 이렇습니다. 사고 경위와 시간대를 정리한 메모, 블랙박스와 주변 영상, 보험 처리 내역, 동승자와 주고받은 연락 기록, 그리고 음주 측정 관련 서류입니다.
이런 사안에서 상담을 하면 저는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진술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나갔는지, 객관적 자료와 진술이 어긋나는 지점이 있는지, 그리고 동승자와의 관계가 어떠한지입니다. 상담 전에는 시간 순서 메모와 받은 서류만 준비해 오셔도 충분합니다. 상담을 마치면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의 구분, 자료 확보 순서가 정리됩니다.
오늘 하실 일은 하나입니다. 사고 시점부터 지금까지 누가 무엇을 진술했는지를 시간 순서로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그 표가 방향을 정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합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신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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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출처)
trend · 79자
판례공보 제735호(2026-08-01) 형사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 범인 스스로 타인의 허위 자백을 방조한 경우 방어권 남용 여부